사실 제대로 고전을 읽어 본 적도 없거니와, 제대로 읽어 보려고 하지도 않았다. 그저 고전이라면 권선징악만을 강조하는, 교과서 같은 존재로만 이해하고 있었다. 하지만 문학은 그 시대 문화 및 시대배경의 산물이다. 그 시대의 사람들이 느꼈던 감정, 시대의 부조리, 바라는 이상형들이 고전에 그대로 묻어 있을 것이다. 이 책은 바로 이 고전들이 태동할 당시의 시대상을 나름대로 재해석하고 있으며, 현대에 맞게 적절한 비유로써 표현하고 있다. 사실, 우리가 고전을 권선징악이라 생각하는 것 자체는 그것을 제대로 읽지 않아서이다. 예를 들어 춘향전을 만약 판소리로 한번만이라도 제대로 들었거나,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제대로 읽어 보았다면, 주인공들이 하는 한구절, 한구절에서 춘향이 조선시대 옛 여인상의 전형이라는, 그리고 이몽룡이 정의의 기사라는 그러한 생각은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. 차라리 최근에 나왔던 '방자전'이라는 영화가 더 올바른 해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. 조선시대 계급사회에서 금기시되고 표출되지 못하던 그시대 사람들의 욕망과 이해관계들이 해학과, 은유와 반어로써 표출되고 있음을 행간사이에서 읽을 수 있을 것이다.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고전을 읽는것은 소설의 반만을 이해한 것이다.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으며, 이분법적인 논리로만 따지는 것은 결국 이 사회에서 스스로 꼴똥이 되는 지름길이다. 예를 들어 홍길동이 생각하는 율도국이 그에게는 이상이 될 수 있지만, 기존에 그 섬에서 사는 사람에게는 침략이 될 수 있으며, 양반전에서 나타나는 그 거추장스러운 유교사회의 가식이 없다면, 이세계는 오직 자본의 논리와 욕구에 의해서만 작동되는 그러한 세상이 될것이다. 즉, 이 책에서 주장하듯이 모든것을 명분과 실속이라는 이분법적인 논리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. 본인은 이상이고 도덕이라 주장하는 바가, 남에게는 사리사욕으로 비추어질 수도 있다. 균형된 감각을 보유하는 일은 어렵고도, 고달픈 일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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